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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수학의 시대는 저무는가

작성자: 주인장

그동안 미뤄두었던 칼럼을 다시 씁니다. 나비에-스토크스 증명 발표로 한바탕 떠들썩해진 뒤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이름깨나 알려진 수학 난제라면 어디선가 AI가 붙들고 있을 겁니다. 풀리기만 하면 또 큰 화제가 될 테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나둘씩 소식이 더 들려올수록 이런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AI가 증명과 연구까지 맡으면 인간 수학자들은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까요?"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의 움직임을 쫓고 관측하고 기록했습니다. 지금은 그 일의 상당 부분을 발전된 망원경과 컴퓨터가 맡습니다. 그렇다고 천문학자가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눈으로 보던 때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들을 관측하고 그 자료를 가지고 우주를 연구합니다. 하는 일이 바뀐 것이지 천문학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수학도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변화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주인장은 한 온라인 글을 봤습니다. 초창기 Codex가 ‘3 더하기 6’을 맞혔다며 기뻐하던 2021년 당시의 커뮤니티 글이었습니다. Codex가 처음 등장한 2021년으로부터 겨우 5년 남짓 지났을 뿐입니다. 그때는 사람들이 덧셈 하나에 신기해했는데 이제는 수학 난제의 증명을 놓고 수학자들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글로 써놓고 봐도 시간 간격이 비현실적이긴 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수학보다 의학에서 먼저 꺼내고 싶었습니다. 예전에는 병을 고치겠다며 환자의 피를 빼거나 정신질환을 치료한다며 뇌의 신경 연결을 끊는 전두엽절제술을 시행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 들으면 꽤 끔찍하지만 당시에는 치료법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전두엽절제술은 1930년대에 등장했으니 아직 100년도 지나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가 지금의 치료법을 두고도 이런 대화가 오갈 날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옛날에는 사람이 암에 걸리면 방사선을 쐈대.” “뭐라고? 겨우 암 때문에? 미친 거 아냐?”

암에 ‘겨우’라는 말을 붙여도 되는 세상도 금방 오겠지요. 지금보다 훨씬 간단하고 덜 힘든 방법으로 나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주인장이 의학에서 먼저 보고 싶었던 변화가 이번에는 수학에서 먼저 나타난 것 뿐입니다. 지금은 큰 뉴스지만 앞으로도 매번 이만큼 놀라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분명 어느 순간에는 AI가 난제를 풀었다는 소식이 이제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뉴스 정도로 들릴지 모릅니다. 이런 변화에 반발하는 수학자들이 많아져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평생 공부하고 갈고닦은 일을 AI가 하겠다고 들어오는데 누군들 선뜻 반기기만 하겠습니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증명이 맞는지 꼼꼼하게 따지고 기존 연구의 공로를 제대로 인정하고 정리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당연히 수학자들이 그동안 해온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의미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장은 AI가 결국 ‘지금의’ 수학자들이 하던 일을 상당 부분 차지할 거라고 봅니다. 계산을 조금 거들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증명을 만들고 연구를 진행하는 일까지 말입니다. 다만 수학자의 역할까지 없어질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AI와 함께 얻은 결과를 가지고 다음 문제를 연구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엄두도 내기 힘든 규모의 연구를 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사람이 반드시 직접 해야 한다고 여겼던 일의 일부를 넘겨주고 달라진 환경에서 계속 자기 일을 하는 겁니다. 천문학자가 더 이상 맨눈으로만 하늘을 쫓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요.

과거에는 인터넷정보검색사라는 이름으로 자격증까지 따던 시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잘 찾아내는 것 자체가 전문성으로 여겨졌던 겁니다. 당연히 초등학생도 스마트 폰을 쓰는 지금은 없어진 직업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일을 하던 사람들까지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요. 그분들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다른 일을 하며 (그리고 아마 높은 확률로 여전히 IT 직종에서 일하시며)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수학의 시대가 저무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다만 지금의 수학자들이 일하던 방식은 생각보다 빨리 옛날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도 수학자들은 여전히 수학을 하고 있겠지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요.

시대란 그렇게 흘러가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