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컴퓨터는 결국 AI 허브로 전락할 겁니다
안녕하세요. 주인장이 쓰는 첫 칼럼입니다. aicardnews의 카드뉴스를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찾아와 읽어주실 때마다 늘 감사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카드뉴스에도 이미 제 사심이 꽤 들어갔습니다. 어떤 모델이 더 좋았는지, 어느 회사의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벤치마크보다 직접 써본 느낌이 왜 더 중요했는지 숨기지 않고 적었습니다. 칼럼에서는 그 사심을 더더욱 감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과 미래 예측, 기사에 넣기에는 조금 엉뚱했던 생각, 그냥 한번 하고 싶었던 말까지 가감 없이 써보겠습니다. 말투도 카드뉴스보다 조금 더 편하게 가져가려고 합니다.
칼럼 코너가 생기면 가장 먼저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래의 컴퓨터는 결국 AI 허브 정도로 전락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저만 해도 게임을 하거나 손을 직접 써야 하는 몇몇 작업을 빼면 키보드를 거의 치지 않습니다. 카드뉴스 원고를 만들거나 평소 글을 쓸 때는 제가 직접 만든 보이스 키보드를 씁니다. 이 보이스 키보드는 제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말이 조금 꼬이거나 어색한 부분을 한 번 정리해서 텍스트로 추출해 줍니다. 작업을 할 때에도 저는 할 일을 말하고, AI는 뒤에서 작업을 시작합니다. 텍스트 결과를 보고 중요한 부분이 틀렸을 때만 다시 말해주면 됩니다. (최근 모델들은 이 정도 실수는 알아서 교정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저는 이미 컴퓨터를 예전과 조금 다르게 쓰고 있습니다. 컴퓨터에서 직접 작업한다기보다, 컴퓨터 안에 있는 AI에게 작업을 맡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음성 인식도 가끔 틀리고, 에이전트가 엉뚱한 일을 하거나 제가 중간에 개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학도 제대로 못하던 ChatGPT가 여기까지 오는 데 3~4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몇 년 뒤에는 아이언맨에서 보던 자비스도 대단한 상상이라기보다 기본 기능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때 AI가 어떤 구조로 돌아갈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일정, 연락처, 사진, 결제수단, 자주 쓰는 문서처럼 민감한 정보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안의 로컬 모델이 맡고, 훨씬 높은 지능이 필요한 일은 외부에서 서비스되는 모델에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로컬 모델은 사용자를 오래 알아온 비서처럼 필요한 맥락만 꺼내주고, 더 큰 모델은 어려운 판단과 작업을 처리하는 식입니다. 마이크로 말하든 키보드로 치든 입력 방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은 무엇을 원하는지만 말하고, 실행은 AI가 맡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지난 분기 회계 자료 찾아서 정 과장님에게 보고할 내용으로 정리해줘”라고 말하면 저는 파일을 하나씩 열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AI가 자료를 찾고, 빠진 항목을 확인하고, 보고서를 만든 뒤 보내기 전에 마지막 승인을 받습니다. 정 과장님도 긴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보다 자신의 AI에게 요약을 맡기고 필요한 부분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쓰고 보니 이 예시는 지난 카드뉴스에서도 했던 이야기입니다. 첫 칼럼부터 재탕이라니 조금 웃기지만, 이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 건 제가 그 미래를 꽤 진지하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활에서는 더 노골적일 겁니다. “주방세제 떨어졌어”라고 말하면 AI가 제가 늘 사던 제품과 가격을 확인해 주문하고, 평소와 다른 선택일 때만 물어보면 됩니다. “아까 찍은 사진들 정리해서 가족 앨범으로 만들어줘”라고 하면 흔들린 사진과 중복 사진을 거르고, 날짜와 사람별로 묶은 뒤 공유할 대상을 확인할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찍었는지 컴퓨터에 옮겼는지도 사용자는 몰라도 됩니다. 같은 AI가 두 기기 사이를 오가며 처리한다면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경계도 지금보다 훨씬 흐려질 테니까요.
조금 더 가면 여행 준비도 한 문장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다음 주말에 가족끼리 여수 갈 건데, 일정 맞춰서 교통편이랑 숙소 정리해줘.” AI는 가족 캘린더와 예산을 보고 후보를 만든 뒤 결제 전에 한 번만 확인할 겁니다. 여행 계획도 프린트해 줄 수 있겠죠. (이 시기에도 종이로 된 글씨를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남아 있을 겁니다! 바로 저입니다.) 프린터가 갑자기 안 될 때도 검색창에 오류 문구를 옮겨 적고 광고 섞인 해결법을 뒤질 필요가 없습니다. 프린터에 오류가 난 것도 사용자가 알아차리기 전에 AI가 조용히 원인을 검색하고 드라이버를 확인해 직접 고친 뒤, 무엇을 했는지만 알려주는 식이 되겠죠.
그쯤 되면 컴퓨터는 사라지지는 않아도 사람 눈앞에서는 안 보이는 위치까지 물러날 겁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쓸 때마다 교환기(!)를 직접 조작하지 않습니다. 미래의 컴퓨터도 비슷하게, AI가 일을 하기 위해 켜져 있는 상자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파일과 폴더가 어디 있는지, 어떤 앱을 열어야 하는지 사용자가 굳이 알 필요도 없어집니다. 컴퓨터를 고를 때도 CPU와 GPU 숫자만 보는 대신 어떤 로컬 모델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어느 정도 크기의 모델까지 돌리며, 개인 에이전트에 얼마나 잘 맞춰져 있는지가 광고에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기로서의 컴퓨터는 꽤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게임은 결과만 받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조작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일이니까요.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일부 작업도 일부러 손으로 계속 할 겁니다. 하지만 문서 정리, 검색, 예약, 구매, 기기 관리처럼 대부분의 일상에서 직접 타이핑하고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는 경험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 컴퓨터는 사람이 쓰는 기계에서 AI가 쓰는 기계로 바뀌고, 사람은 그 AI에게 일을 시키는 쪽으로 자리를 옮길 겁니다.
이런 날이 대단히 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보이스 키보드에 말을 하고, AI가 뒤에서 작업하는 원시적인 버전의 미래를 이미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중간중간 지켜보고 잔소리도 해야 하지만, 그 횟수는 계속 줄어들 겁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직접 키보드를 두드리고 웹페이지를 넘겨 다니던 시절이 생각보다 빨리 옛날 이야기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첫 칼럼이라 조금 갈팡질팡했고, 한 가지 이야기를 쓰다가 이것저것 옆길로도 샜습니다. 아마 칼럼은 카드뉴스보다 이런 식으로 제 생각이 조금 더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더 짧게도 써보고, 한 가지 생각만 오래 붙잡아보기도 하고, 직접 써본 모델과 도구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앞으로 여러 방향과 형식으로 써볼 칼럼도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